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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즈앤로지스/인터뷰 번역

맷 소럼 자서전 번역 : Double Talkin' Jive (1)

DOUBLE TALKIN' JIVE

TRUE ROCK N' ROLL STORIES FROM THE DRUMMER OF GUNS N' ROSES, THE CULT, AND VELVET REVOLVER

건즈앤로지스, 컬트, 벨벳 리볼버 드러머의 진정한 로큰롤 이야기

 

*책의 일부만 번역했습니다. 건즈앤로지스 멤버들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번역했으며, 중간중간 생략한 부분 많아 글 진행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1: Long Beach, 1965

드러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다섯 살 때다. 소파에 앉아 부모님, 형들(마크와 마이크)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에드 설리번 쇼를 보고 있었다. 일요일마다 하던 일이었다. "자, 팝콘 먹을 시간이다!" 아빠가 거실에서 소리쳤고, 형들과 나는 곧장 달려 나왔다. 그 날은 비틀즈가 출연했었다. 에드 설리번이 링고 스타를 소개했다. 물론, 다른 밴드 멤버들도 소개했지만, 링고에겐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I Feel Fine"을 연주했는데, 나는 엄마한테 링고를 가리키며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마크가 내게 "A Hard Day's Night" 레코드를 가져다주었다. 그게 내 인생 첫 음반이었다. 마크의 크로슬리 턴테이블(스피커가 내장된 서류 가방 모양의 턴테이블)로 판이 망가져서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때까지 들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롱비치의 코너 하우스에 살았었다. 집안 분위기는 무겁고 짜증 났었다. 부모님은 끊임없이 싸우셨고,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집을 나갔다. 엄마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네 아빠랑 잠시 따로 살 거야."라고 했다. 몇 주 뒤, 아빠가 돌아와서 본인의 짐을 챙겼고, 그 뒤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남자가 우리 집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이름은 리 해리스, 부모님이 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이었다. 처음엔 오후까지만 있더니, 점점 오래 머무르며 아빠가 앉던  소파 자리에까지 앉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엄마랑 같이 침실에서 자기 시작했다. 이 일련의 일들로 난 너무 혼란스러웠고, 불안했다. 아빠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형들까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엄마는 막내딸을 원했지, 막내아들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무렵, 엄마가 새 냉장고와 냉동고를 샀는데, 형들은 포장 상자를 뒷마당으로 가져가 요새처럼 만들었다. 침구를 가져다 놓고, 마크는 잠망경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나도 거기에 끼고 싶었다. 하루는 그 앞을 기웃거리다가 마크가 크게 써놓은 '맷, 출입 금지!'를 보았다. 버림받은 듯한 느낌에 괴로워서 곧바로 창고로 가 잡초 뽑을 때 쓰는 금속 막대기를 가져왔다. 그걸로 마크의 요새를 여러 번 찔렀고, 마크가 소리를 질렀다.
크리스마스 날, 엄마가 Sears 드럼키트를 선물해 주셨다. 아마 죄책감이 있으셨던 것 같다(진실은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 드럼은 Tigger Tigers로 알려진 어린이용 드럼이었다. 제대로 된 드럼 스킨이 아니었고, 종이에 더 가까운 재질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멋있다고 생각했고, 하루에 몇 시간이고 두들겨댔다. 그 소리에 형들이 미쳐서 내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가끔은 드럼을 칠 때 들어와서 때리기도 했다. 나는 계속 연주를 이어갔다. 유치원에 갔다 집에 돌아와서 형들이 칼로 찢어놓은 드럼 키트를 마주할 때까지.
이즈음, 엄마는 이사를 할 거라고 했다. 그 전에 내가 태어난 1960년 11월 19일 얘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때 롱 비치 커뮤니티 병원에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들을 바꿔치기 했다는 것. 이후 벌어진 모든 일들과 특히 부모님의 행동을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친자식이 맞냐는 의문이 종종 들었다.
 

16: The Cult

이안 애스트버리의 허락을 받고 얼마 안 가 하워드 카우프만 사무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워드는 에어로스미스, 데프 레파드, 컬트와 같은 밴드를 관리하던 전설적인 매니저였다.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는 HK매니지먼트로 불렸고, 캘리포니아의 유니버설 시티에 있었다. 금발의 직원이 반겨주며, 회의실로 안내했다. 앉아서 조금 기다리자, 나보다 몇 살 많은 것 같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본인을 지미라고 소개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하워드의 오른팔 정도 되는 인물이었다. 그때는 이러한 미팅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 대화에서 어떤 걸 기대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지미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당신에게 주급으로 1,500달러를 지급하고자 합니다.” 두근거렸다.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것 같았다. 지미가 말을 이어갔다. “야마하 드럼을 쓸 수 있게 도와줄 테니 사이즈만 알려주세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했지만,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요!”라고 했다. 며칠 뒤, 모든 짐을 여행 가방 하나에 넣고 컬트와 투어를 떠났다. 메탈리카의 “And Justice for All” 투어의 서포트였다. 공연 전날 Le Meridien이라는 호텔에 머무르게 됐다. 이런 규모의 투어는 처음이었기에 밴드 멤버들이 가명으로 체크인하는 등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는 “Dr. Lingus(링구스 박사)”라는 가명을 썼는데, 이 가명은 향후 몇 년간 계속 사용하게 된다.

공연을 할 PNE(퍼시픽 내셔널 엑시비션)으로 향했는데, 이상하게도 긴장되진 않았다. 아레나에 도착했을 때, 토미 리(머틀리 크루)와 스티븐 타일러(에어로스미스)가 무대 뒤에 있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두 사람을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스티븐이 다가와서 자기소개를 했고, 나는 “열네 살 때 (에어로스미스) 공연을 봤어요.”라고 했다. 스티븐은 나를 쳐다보며 “나이 든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Thanks for making me feel old.)”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로 대화가 끝났다.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라스가 무대 옆에서 내 연주를 지켜보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챘다. 대체로 단순한 연주를 했는데, 약간의 기술을 넣을 때마다 라스는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공연 날, 메탈리카의 대기실로 초대했다.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처음으로 느낀 것은 엄청난 양의 음식과 술이 있다는 거였다. 물론 컬트의 대기실에도 많은 양이 있었지만, 이쪽에는 모든 것이 있었으며 게 다리에 눈길이 갔다. 라스, 제임스 헷필드, 그리고 커크 해밋이 대기실에 있었다. 제이슨 뉴스테드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라스가 날 쳐다보았고, 나는 “게 다리가 맛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내게 “먹어도 돼.”라고 했다. 제임스도 다가와서 “그래, 먹어도 돼.”라고 했다. 그래서 난 거기 앉아 게 다리를 먹기 시작했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제이슨이 들어왔고,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소리쳤다. “씨발 말도 안 돼! 네가 게 다리를 다 처먹었어?” 제임스와 라스가 서로 쳐다보더니 웃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둘이 제이슨을 괴롭혔다는 거다. 그들은 항상 제이슨을 엿먹이고 못살게 굴었다.
 

18: Family Gathering in Minneapolis

십 대 이후로 아버지와 자주 연락하지 못했는데, 아버지의 고향이 있는 미네소타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연락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버지는 내가 드러머로서 돈을 벌고 살아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드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고 하진 않았다. 내 기억으로 아버지는 내가 연주하는 걸 딱 두 번 봤었다. 첫 번째는 열네 살 때였고, 두 번째는 몇년 뒤 오렌지 카운티에서 Top 40 공연에 섰을 때였다.
미니애폴리스에서 공연이 열리기 며칠 전, 이동 중에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아빠, 저 미네소타에 가고 있어요. 지금 컬트라는 밴드를 하고 있거든요.” 아버지는 컬트가 뭔지 몰랐을 거다. 우리 엄마도 몰랐으니까. 언젠가 엄마한테 컬트의 드러머가 됐다고 말씀드렸더니, “쿠? 그게 무슨 말이니?”라고 하기도 했다. “아뇨, 엄마. 컬트요.” 하지만 난 아버지께 바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 멧센터에서 공연해요.”
“멧센터? 그러니까 그 멧센터 말하는거니?”
“네, 그 멧센터에서요.”
“거기 아레나잖니. 엄청나게 큰 곳 아니니?”
“맞아요, 거기예요.”
“데일 고모도 데려가야겠구나.” 데일은 거의 여든쯤 되신 분이셔서 공연장이 무척 시끄러울 거라고 설명해 드렸다. 그랬던 아버지는 귀마개를 준비해 가겠다고 했다. 총 여덟 명의 친척을 초대했고, 백스테이지에서 모두를 만났다. 항상 아버지 쪽 가족을 만나고 싶었기에 정말 행복했다. 백스테이지에서 아버지가 내 드럼 케이스를 봤다. 흰색 글씨로 크게 ‘맷 소럼, 컬트’라 쓰여 있는 케이스였다. 아버지는 멈춰 서서 “오.”라고 했다. 우리가 서 있던 곳에선 사람들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멧센터는 15만 명 수용할 수 있었고, 그날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들 다 널 보러 온 거니?”
“네, 일부는요. 메탈리카가 헤드라이너거든요.”
“누구?”
나는 메탈리카가 얼마나 큰 밴드고, 우리는 그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설명해 드렸다. 아버지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구나.”라고 하셨다. 공연 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서 대기실로 데려갔다. 소파 몇 개와 낮은 테이블이 있는 특별한 것 없는 대기실이었다. 문 앞 테이블에 음료, 과자, 유리그릇에 담긴 과일이 올려져 있었다. “이게 네 대기실이니?”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왜 그렇게 감동했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도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특히나 아버지는 당황스러워 보였고, 애써 무덤덤한 척했지만 ‘내 아들이 진짜 스타라고?!’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20: The Goldfish Story, Part I

술을 마시며 TV를 보고 있던 중 이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액슬이 잠깐 와서 우리랑 만나겠대."
"액슬... 로즈?"
"응, 5시에 봐."
액슬과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었다. 우리가 같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아무튼, 몇 분 뒤 엘리베이터에서 액슬과 이지 스트래들린이 건즈앤로지스 다음 앨범의 영감을 얻기 위해 뉴욕에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호텔 메이플라워에는 특정 유형의 사람들(유명인)이 모여있었기에 어디선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안, 제이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크리스토퍼 워컨(유명 배우)과 마주쳤음에도 그리 놀랍지 않았다. 로비에 서 있던 그를 지나쳐 대기 중이던 리무진으로 향하던 중 그는 우릴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정장 차림의 운전사가 연 뒷좌석엔 액슬 로즈가 앉아 있었다. 그가 풍기고 있는 진짜 록스타 아우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액슬은 굉장히 말랐으며(super skinny), 반다나부터 해서 쫙 빼입고 있었다(dressed in full regalia). 그에게 말을 걸기 전, 뒤쪽에서 틀림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로 갈 건가요?" 크리스토퍼였다. "이스트빌리지에 있는 스크랩 바로 가려고요." 액슬이 대답했다. "나도 같이 가도 될까?" 크리스토퍼가 물었다. 얼마 안 가 페데리코 펠리니(이탈리아 영화감독) 영화에 출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 리무진에 타 있는 날 발견했다. 이안, 제이미, 크리스토퍼, 액슬, 나, 그리고 이지 스트래들린이 내 맞은편 대각선에 앉아 있었다. 액슬이 명백한 스타였다면, 이지는 멋짐(cool)의 정의였다. 그는 조용히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창밖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은 잘 되고 있어?” 이안이 액슬을 쳐다보며 물었다.
“음, 다음 앨범 작업을 하고 있어.” 액슬은 여태껏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대화에 낄 생각도 없어 보이는 이지를 힐끗 쳐다보며 대답했다.
“오, 잘 됐다.” 이안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액슬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치안이 안 좋은 동네에 있는 스크랩 바에 도착했다. 어떤 이유에선가 크리스토퍼는 우리와 함께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 다른 갈 곳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는 발걸음을 옮기며 손 인사를 하면서 “다음에 보자고, 다들!”이라고 외쳤다. 브라운스톤 건물(적갈색 사암)을 앞에 두고 어떻게 들어가야 될지 생각했다. 액슬이 계단을 내려가 지하 입구로 우릴 안내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가죽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들 펑크 록과 모터헤드를 듣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앉아서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고, 정신 차려보니 벌써 새벽 4시였다.
“이제 뭐 하지?” 액슬이 말했다.
“잼하고 싶어!” 이지가 말했다.
잠시 후, 우린 스크랩 바에서 나와 로프트로 가자마자 거의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끊임없이 술을 마셔가면서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10시 15분이었다. 벌써 아침이 와버렸고,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미친!” 소리쳤다. “열두 시에 센트럴 파크에서 사진 촬영이 있는데!” 이안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제이미는 이미 몇 시간 전에 호텔로 돌아갔지만, 나랑 이안은 계속 자리를 지켰는데 이안이 사라져 버렸다.
“이안 어디 있는지 알아?” 수염이 짙은 남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액슬에게 물어봤다. 액슬은 고개를 저었다.
“돌겠네.” 곧장 일어나서 가까이 있는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밝은 햇살에 눈이 부셔 여기가 로프트 건물 뒤쪽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꽉 차서 넘치는 쓰레기통 뒤로 이안의 부츠가 튀어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술에 취해서 자빠져있던 거고, 사진 촬영도 잘 했다고 합니다.)
 

24: The Last Shows

1년 반 동안 투어를 돌면서 컬트의 분위기는 점점 나빠졌다. 어느 순간 빌리에게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쳐져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밴드에 합류했을 때는 인생의 정점에 선 것 같았는데, 이젠 투어를 돌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슬펐다. 하지만 공연을 보려고 기대감에 찬 사람들이 와인과 맥주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빌리랑 이안 때문에 오늘 저녁을 망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보안요원들이 백스테이지 쪽에 있는 문을 열기 위해 서둘렀다. 대형 리무진이 우리 가까이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그곳에서 건즈앤로지스의 더프 맥케이건이 나왔다. 키가 크고 너무 말라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뒤로 같은 밴드의 슬래쉬가 담배 연기 속에서 클래식한 슬래쉬 차림(모자를 비롯한 모든 것들)으로 나타났다. 옷을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여자 네 명도 따라 내려서 더프와 슬래쉬 옆에 섰다. 슬래쉬와 더프는 각자 술 한 병씩 들고서 우리를 지나 무대 뒤 통제 구역으로 들어갔다. 무척 록스타 같은 순간이었다. 나는 마우라(맷의 여자 친구)에게 농담조로 “나도 저기 합류할까 봐.”라고 말했다.
 

25: Slush Is on the Phone

투어가 끝나자,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북미 투어가 끝나갈 무렵 내내 복통에 시달렸지만, 술과 약을 계속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미션 비에호에 있는 엄마네 집에 가면 조금 나아졌기에 간신히 계단을 올라 손님방으로 갈 수 있었다. 엄마 집으로 향한 이유는 투어를 하는 동안 내 소유의 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머문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열이 떨어지지 않아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엄마는 무척 걱정하시며 병원에 데려가 엑스레이까지 찍었다. “음…” 엑스레이를 보며 의사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날 쳐다보며 심각한 목소리로 “당신 폐 한쪽의 반 정도가 술로 차 있어요. 비정형 폐렴에 걸린 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이렇게 서 있는 게 기적일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해요.”
그날 저녁, 온몸에 미친 듯이 발진이 돋아났다. 잠에 들 수 있게 발진을 가라앉히는 연고를 펴 발랐다. 연고로 완전히 하얘져서 귀신같아 보였다. 그렇게 4주 정도 침대 신세를 지고 있었을 무렵, 전화가 울렸다. 5월 중순의 어느 오후였다. 내가 있는 방으로 올라오신 엄마가 마이크 클링크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고 알려주셨다. 마이크 클링크가 누군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화이트스네이크, UFO와 작업을 한 프로듀서라고. 하지만 만나본 적은 없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마이크.”
“안녕, 맷. 라스한테 번호를 받았어.” 그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전화를 걸 거야.”
“어떤 밴드요?” 물어봤지만, 마이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한 시간 하고도 조금 더 지났을까, 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문틈 사이로 “슬러쉬라는 사람한테 전화 왔는데.”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침대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안녕, 맷”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슬래쉬잖아.”
“오, 슬래쉬.” 내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음, 우리 드러머인 스티븐이 중독 치료를 하러 갔는데 지금 준비하는 앨범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서.”
Appetite For Destruction이 발매된 지 거의 3년쯤 되던 시기였다. 보통 밴드는 1년에 음반을 한 장씩 내기 때문에 꽤 오랜 공백기였다. 우리 둘 다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그리고 슬래쉬가 입을 열었다.
“우리랑 같이 해볼래?”
“당연하지.” 내가 답했다. “언제쯤 가길 원해?”
“내일 와줄 수 있어?”
겨우 서 있을 정도로 여전히 몸이 안 좋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알겠어.”라고 답했다. 슬래쉬는 기쁜 목소리로 “좋아. 오크우드로 안내할게.”라고 했다.
다음날, 닷선 280Z(닛산 자동차) 뒷자리에 짐을 던져놓고, 내게 아파트 열쇠를 줄 건즈 투어 매니저를 만나러 할리우드로 향했다. 아파트에 짐을 내려두자마자 곧장 노스할리우드에 있는 리허설 장소 메이트 스튜디오로 갔다. 1980년대 초반에 여러 번 가봤기 때문에 잘 알던 곳이었다. 야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린 다음, 스튜디오 문을 열기 전에 두어 번 깊은숨을 내쉬었다.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고, 두 개의 작은 스튜디오와 핀볼 머신이 있는 라운지를 지나자, 그 끝에 열려있는 문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아편굴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쪽 구석과 작은 무대에 있는 전등 두 개가 그 방의 유일한 불빛이었다. 바닥 전체에 페르시아 카펫이 깔려있었고, 벽 한쪽엔 냉장고가 있었다. 슬래쉬와 더프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낡은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잘 지냈어?” 더프가 물었다.
“뭐 좀 마실래?” 슬래쉬가 물었다.
“맥주로 부탁할게.” 슬래쉬가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내주며, 드럼 테크니션 티미 도일을 소개해 줬다. 그는 무대 위에서 내 드럼 키트를 설치하느라 바빴다. 전등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두 명의 로디가 있는 게 보였다. 이지랑 액슬이 자리에 없었지만, 슬래쉬와 더프는 개의치 않아 보였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그들은 이제 시작하자고 했다. 얼마 안 가 이지가 들어왔다. 그는 내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고, 가져온 데모 몇 곡을 틀었다. 카세트테이프에는 어쿠스틱 버전의 ‘Dust N’ Bones’와 ‘Bad Obsession’ 그리고 몇 곡이 들어 있었다. 날 것의 소리가 났다. 이지의 데모를 다 듣고, 우리 넷은 무대로 올라가 이지가 만들어온 코드를 일렉 사운드로 바꿔나갔다. 슬래쉬와 더프가 기초를 다지고, 코드를 바꿔가며 리프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기타와 베이스는 서로를 따라갔고, 그 위에 이지 스트래들린의 루츠 록의 거칢이 더해졌다. 이게 바로 건즈 사운드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순간 밴드의 사운드가 스튜디오를 꽉 채웠다. 그리고 내가 깨달은 또 다른 것은 곡들의 길이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곡은 3분밖에 안 되는데, 어떤 곡은 (개인적으로는 이상적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끝이 없는 곡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Locomotive’가 그중 하나였다. 연주가 8분 넘게 이어졌고, 이런 걸 처음 접한 나는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길 필요 있어?”
슬래쉬는 늘 그렇듯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답했다. “응, 멋지잖아.”
내 생각을 말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개방적이고 관대한 분위기였다. 계속 리허설을 했고, 나흘째 되던 날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물어봤다. “저기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누구야?”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는 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까딱였다. “매일 저거 앉아 있던데.”
슬래쉬가 말했다. “오, 디지야. 키보드를 치고 있지.”
다음날, 액슬이 합주 도중에 갑자기 들어왔다. 얼어붙었던 기억이 난다. 액슬은 사람들에게 그런 영향을 주곤 했다. 그는 느리고 넓은 보폭으로 스튜디오를 가로질렀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무대를 지나가며 고개를 살짝 젖혀 강렬한 눈빛으로 날 흘끗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슬래쉬한테 가서 부드럽게 끄덕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스튜디오를 나갔다. 연주가 끝나고, 슬래쉬가 내게 와서 말했다. “끝나고 우리 집 갈래? 바비큐 파티를 할 수도 있어.” 30분 뒤, 더프랑 슬래쉬, 그리고 나는 로렐 캐니언에 있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 무렵 이지는 술을 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혹을 피하고 싶었는지 본인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지가 피하고 있는 게 알코올뿐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래쉬의 집은 히피 스타일로 엄청났다. 사실 로렐 캐니언의 대부분이 히피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대문을 지나 수영장을 지나쳤다. 스튜디오에서 액슬과의 이상한 분위기와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몰랐기에 불안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벽이 온통 어두운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발리에서 가져온 듯한 나무 가구가 놓여 있었으며, 어디를 가든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청소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듯했다.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기도 온통 보라색이었고, 샤워 부스엔 거의 테라리움이 만들어져 있었다. 긴장을 풀고 볼일을 보려 했는데, 거대한 보아뱀 한 마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 다시 거실로 돌아가 보니, 슬래쉬와 더프가 발리 스타일의 큰 테이블 앞 벨벳 소파에 앉아 있었다. 더프는 크랜베리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으며, 내게도 한 잔 만들어줬다. 보드카는 많고, 크랜베리 주스는 적게 타서 겨우 분홍빛을 띠는 술이었다. 한 모금 넘기고 찡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걸 깨달았다. 슬래쉬는 잭 콕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그래서 밴드에 들어오고 싶어?”라고 물어봤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진정시키며 말했다. “음… 그냥 녹음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슬래쉬와 더프가 조용히 내가 다음에 할 말을 기다렸다. “그래, 들어가고 싶어!” 둘은 잔을 들고 건배를 했고, 슬래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매니저 앨런 니븐을 만나봐야겠네.”
다음날, 리허설을 끝내고 슬래쉬랑 더프와 함께 선셋대로의 햄버거 햄릿으로 향했다. 유명한 햄버거 가게였는데 사실 카페에 더 가까웠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어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맥주를 주문한 다음 구석 자리로 갔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덩치 큰 장발의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매니저처럼 보이려 하는 록스타처럼 옷을 입고 있었고, 자신을 앨런 니븐이라 소개했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던 건 뉴질랜드 출신이라는 것과 피터 그랜트(레드 제플린의 전설적인 매니저)같이 되고 싶어 했다는 거였다. 그는 피터 그랜트처럼 시끄러웠다. 앨런은 큰 소리로 날 맞아주며, 내 손을 쥐어짜듯 악수했다.
“다들 당신이 밴드에 들어오길 원하더군요.” 앨런이 강한 뉴질랜드 억양으로 소리쳤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숫자를 외쳤다. 앨런을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더프와 슬래쉬를 힐끗거렸다. 그리고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그 개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제정신이에요? 컬트에선 그 세 배를 벌었어요.” 사실 며칠 전 컬트의 매니저인 하워드 카우프만과 미팅을 했었는데, 그때 밴드의 일정 지분을 제안받았었다. 그 말인 즉, 피터 그랜트 꿈나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내가 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나는 웃음을 유지한 채로 고개를 저으며 “그 액수에는 안 해요.”라고 말했다. 슬래쉬가 앨런을 빠르게 쳐다보는 것을 알아챘다. 앨런은 그의 넓은 이마를 찌푸리며 구석에 앉은 날 눌러버릴 듯 다가왔다. “알겠어. 밴드 수익의 몇 퍼센트를 지급할게요.” 합리적인 제안으로 들렸기에 “꽤 잘 나간다고 들었는데, 받아들이도록 할게요.”라고 했다.
 

26: Use Your Illusion

모든 리허설을 끝내고, 마이크 클링크가 스튜디오로 와서 들었다. 36곡을 마이크에게 들려준 뒤, 그중에서 가장 괜찮은 곡 13~14개를 골라 녹음하기로 정했다. 몇몇 곡이 마음에 들었던 게 기억나는데, 특히 ‘You Could Be Mine’, ‘Dust N’ Bones’, 그리고 ‘Pretty Tied Up’ 같은 곡이 좋았다.
1990년 6월쯤, 할리우드 라브레아 애비뉴의 A&M 스튜디오에서 Use Your Illusion 녹음을 시작했다. ‘We Are The World’ 같은 대단한 음반이 만들어진 넓은 녹음실 Studio A를 예약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음식, 무제한 주류 제공, 전용 주차장 등을 마음껏 즐겼다. 원하는 것도 뭐든 주문할 수 있었는데, 피곤해서 하루만 스튜디오를 떠나고 싶으면 초밥을 주문했다. 슬래쉬가 생선을 너무 싫어해서 내 음식을 보자마자 나가는 걸 택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 그 슬래쉬의 질색하는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지는 보컬 부스에 자신만의 작은 방을 만들었다. 두꺼운 페르시안 카펫과 의자, 그리고 램프를 두었다. 내가 있던 작은 녹음실에서도 램프 불빛에 비치는 이지의 모습이 보였다. 더프는 내 앞에, 슬래쉬는 의자 한쪽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큰 녹음실 한가운데 놓인 액슬의 피아노도 볼 수 있었다. 액슬이 나오지 않아서 보컬 없이 녹음했다. 이지의 곡을 제외한 많은 곡의 가사를 아직 들어보지도 못했었다. 우린 그 무엇도 확대해석하지 않았고, 그저 곡을 다듬고 사흘간 최대한 녹음을 진행했다. 가끔 곡의 속도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는데, 재녹음을 많이 하진 않았다. 한 곡을 끝내면, 마이크 클링크는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자.”고 했다.
 

27: Record Plant

Use Your Illusion을 녹음하는 동안, 친구인 마이크 파사노와 함께 로렐 캐니언 선샤인 테라스의 더프네 집에 신세 졌다. 수영장과 자쿠지가 있는 멋진 집이었다. 녹음하다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끊임없이 참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Crazy Girls 바에 가서 종종 약을 하기도 했는데, 점점 상황이 악화되어 갔다. 아마 스튜디오에서 방대한 양의 곡을 연주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곡을 녹음하면서 압박감을 느낀 것 같았다. 특히 'Breakdown' 같은 곡 말이다. 슬래쉬와 더프는 그 곡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이지는 손을 놓아 버렸다. 'November Rain'도 그래서 그는 오버 더빙으로만 참여했다. 한 가지 예외였던 건, 이지가 자신의 잘빠진 텔레캐스터를 꺼내 'Double Talkin'Jive'를 연주할 때였다. 굉장히 단순한 구성의 곡이었다. 그가 연주를 시작하자 나는 바로 드럼 비트를 넣었고, 원테이크로 이어갔다. 코드 3개로만 이루어져 있었고, 슬래쉬는 그걸 즉석에서 연주해 냈다. 하지만 'Breakdown'은 매우 복잡했다. 완전히 우리의 것으로 소화해낼 수 없어서, 결국 슬래쉬와 더프는 진저리가 났는지 집으로 돌아갔다.
액슬이 스튜디오로 들어와서 내게 여기 있을 거냐고 물었다. "응, 네가 이 곡 작업을 다 끝낸다면, 난 여기 밤새도록 아니 일주일 내내 있을 거야. 상관없어."라고 대답했다. 액슬은 미소 지어 보였는데, 내가 직업 윤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액슬이 "건너편에 있는 Greenblatt's Deli라는 곳에서 캐비어를 판대. 캐비어 먹어본 적 있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니, 먹어본 적 없어." 이 얼마나 퇴폐적인가를 생각하며 대답했다. 다른 차원의 로큰롤 세계에 발 들인 것 같았다. 컬트에 있을 때는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일주일에 5일 정도를 놀았다. 지극히 평범한 록 밴드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건, 강렬한 에너지가 있었다. 내가 밴드의 일원이라는 걸 안 사람들의 반응도 달랐다. 그 순간 내 인생이 바뀌었다.
액슬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나와 캐비어와 보드카를 주문했다. 인도 스타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액슬이 펜과 종이를 가져와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맷 저작권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음…. 아니."
"알겠어….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이게 파이야." 그는 원을 가리켰다. "여기서 절반이 저작권료라 해보자. 이해돼? 이건 작곡가 몫이야. 그리고 이 파이 조각은 이지한테 가는 부분이지. 이지가 리프를 쓰니까."
액슬은 자신이 그린 파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네 앞으로 이 조각을 나눠줄 거야. 이건 네 거야." 액슬이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네가 해낸 거고, 내 생각엔 우리 모두 이번 녹음에 참여해 준 네게 빚을 진 것 같아." 액슬이 펜을 내려놓고, "그럼 곡 작업을 다시 해볼까."라고 했다.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았고, 나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드럼 앞에 앉았다. 잠시 후 함께 맞춰보았다. 액슬은 내 탐탐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이크로 "네 드럼 소리 좋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녹음을 잠시 멈추더니 "이 코드를 칠 테니까 심벌을 쳐줘. 날 위해서 심벌을 쳐줘!"라 했다. 그는 피아노 코드를, 나는 심벌을 쳤는데, 그 순간이 영원하다 느껴질 정도로 연주를 이어 나갔다. 우린 사흘이나 그 곡에 매달렸고, 슬래쉬와 더프가 돌아왔을 때 결과물을 들려줬다. 그렇게 그 둘은 본인들의 파트를 오버 더빙으로 녹음했다.
 
어느 날 오후, 액슬은 반다나를 하고 멋진 옷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한동안 그를 못 봤지만, “다 마음에 들어, 잘 나왔어.”라고 한 걸 보면 녹음한 걸 다 들은 것 같았다.
“이렇게 할 생각인데… 두 개의 음반을 동시에 발매할 거야.” 우리가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액슬이 힘차게 말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두 앨범 커버는 같은 이미지인데, 색을 다르게 해서 구분할 수 있게 할 거야. 마크 코스타비라는 아티스트가 그린 정말 완벽한 그림을 찾았어.”
다들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게 뭔 소리야?
액슬은 우리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아마 알았을 거다.
“왜냐고? 설명해 줄게. 더블 앨범(앨범 하나에 CD 여러 개)은 25달러가 넘는데, 그 가격대면 음반 가게에선 매대가 아니라 카운터 뒤에 보관해야 해.” 액슬은 선셋 스트립에 있는 타워 레코드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팬들이 우리 앨범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으면 해. 직접 앨범을 만져보고 샀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한다. 인간 존나 천재야.
그리고 액슬이 앨범 아트를 가지고 왔다. 대형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었고, 그걸 스튜디오 입구에 내려두었다. 액슬은 그림 한쪽을 가리키며 “이 색깔이야. 푸른색과 붉은색.” 다시 말하자면, 르네상스 화가인 라파엘로의 그림 일부분을 가져온 거였다.
 
8월이 되자 마이크 클링크가 레코드 플랜트로 옮겨서 녹음 작업을 이어가자고 했다. 슬래쉬에게 물었다. “레코드 플랜트에 가선 뭘 할 거야?”
“거기 가서 기타 오버 더빙 좀 하고 싶어.”
우린 레코드 플랜트의 스튜디오 2개를 빌렸다. Studio A, Studio B였다. 최종적으로 마이크 클링크는 스튜디오 하나를 액슬이 잘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게 뒀다. 어느 정도 잘 돌아갔지만, 녹음해야 할 곡이 서른 곡이 넘었기 때문에 액슬이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도 일정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커버 곡을 몇 개 녹음하기로 했다. 댐드의 ‘New Rose’, 섹스 피스톨즈의 ‘Black Leather’를 녹음했다. Use Your Illusion을 1, 2로 발매하자는 액슬의 아이디어는 단순히 더블 앨범으로 내기 싫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앨범 발매 없이도 2년간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곡을 갖춰두기 위함이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그때 녹음한 커버 곡들이 나중에 The Spaghetti Incident?로 발매됐다.
 

28: I Turn Thirty

“나 지금 LA에 와있는데, 스튜디오로 놀러 가도 돼?”
레코드 플랜트에서 녹음하던 중, 라스가 전화를 걸어왔다. 라스 울리히와는 같이 투어를 다녔을 때부터 종종 연락하곤 했다. 전화기를 손으로 막고 슬래쉬를 쳐다봤다. “라스가 오고 싶대?” 슬래쉬가 거절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라브레아 구석에 있는 햄버거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한 시간쯤 뒤 스튜디오 밖에서 라스와 만났다. 라스는 만나자마자 거의 바로 “앨범은 어떻게 돼가?”라고 물었다.
“음, 대서사시의 발라드곡이 몇 개 있어.”
“발라드?!”
“응, 그리고 피아노도 썼고.”
“피아노?!”
“그래, 피아노도.”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라스는 그릴드 치즈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메탈리카는 어떤지 물어보려 했지만, 라스는 짧게 답하고 바로 우리 녹음으로 화제를 돌렸다. 건즈에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다.
“꽤 긴 발라드곡이 있어.” 손을 움직여가며 말했다. “드럼 필도 거의 계속 넣었지.”
때마침 라스의 샌드위치가 나왔다. 만들면서 치즈 포장지를 떼어내는 걸 잊었는지, 라스는 한 입 베어 물고 얼굴을 찡그렸다.
“씨발!” 라스가 샌드위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런, 처음 와본 곳이라서 잘 몰랐어.”
라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드럼 필을 엄청 넣었다니 무슨 말이야?”
“그게 말이지, 36곡이나 있거든.”
라스의 눈이 커졌다. “뭐?”
우린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가 호기심 많고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이란 걸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라스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메탈리카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밴드이길 원했다. 하지만 그 당시 건즈앤로지스만한 밴드가 없었으며, 건즈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액슬도 정말 열정적이었고, 정상에 오르는 것만 생각했다. 나도 건즈앤로지스에 합류한 이후로 밴드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정도니.
 
11월 19일, 서른 살이 됐다. 여전히 녹음중이었지만, 나 자신을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고 싶어서 선셋대로에 있는 Dar Maghreb이라는 모로칸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70명 정도 초대했는데, 그중에는 어린 시절 친구 몇 명과 엄마, 슬래쉬와 더프 등이 있었다. 바닥에 앉아 손으로 먹는 식의 식당이었고, 내 기억으로는 식사 내내 분위기가 좋았었다. 액슬은 마지막에 나타나서 바로 내 쪽으로 왔다.
“생일 축하해!”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며 말했다. “여기 누가 낼 거야?”
“내가 내려고.”
액슬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렇게는 안 되지. 내가 낼게.”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총 3,500달러나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걸 액슬이 전부 결제하고, 우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아 보였다. 엄마는 로큰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셨지만, 똑똑한 액슬이 마음에 드셨던 것 같다. 액슬 역시 대화를 끌어나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우린 액슬에게 이야기꾼이라는 의미로 마크 트웨인이란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다들 액슬에게 빠져버렸다. 그가 그런 외모와 그런 존재감을 갖고 있었던, 이른바 전성기 시절이었다. 액슬이 방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일제히 “아…”라고 할 정도였다.
액슬이 엄마한테 “스튜디오 한 번 가보시겠어요?”, 그리고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너희 어머니께 우리 작업물 좀 들려드리고 싶어.”라고 했다.
지금 장난치는 건가? 아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나, 엄마, 대릴, 그리고 친구 몇 명과 여자 몇 명이 차를 타고 레코드 플랜트로 이동했다. 이지가 아직 스튜디오에 남아 작업 중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하자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떴다. 그다음 내가 목격한 것은 액슬과 엄마가 믹싱 데스크 앞에 앉아 곡을 듣는 모습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액슬이 작은 유리 파이프를 꺼내 엄마 앞에서 대마를 피웠다. 그리고 그걸 엄마한테 넘겼고, 받아 든 엄마도 한 모금 했다. 지금 둘이 대마 흡연을 하는 거야?!
 
며칠 뒤, 라스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봐, 선셋 마퀴스 호텔로 와봐.”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호텔로 향했다. 라스와 같이 수영장에 앉아 술을 마셨다. 이때가 아마 11월이었던 것 같다. 투어를 돌 때 있었던 일을 막 이야기하며 웃다가 갑자기 라스가 “액슬한테 전화 걸어봐.”라 했다. 그래서 직원한테 전화기를 빌려 액슬에게 전화를 걸자, “우리 집으로 넘어와!”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당시 액슬은 선셋의 쇼어햄 타워에 살고 있었다. 타워 레코드와 꽤 가까운 곳이었다. 12층에 살고 있었는데, 바로 ‘Right Next Door to Hell’의 배경이 된 곳이었다. 액슬의 집에 도착하자, 라스가 “액슬, 너 코카인 좀 할래?”라고 말을 걸었다. 액슬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 있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지 한 시간쯤 지났을 까, 아파트 경비가 12층으로 한 남자를 올려보냈다. 그때 문을 연 사람이 바로 나였는데, 정통 유대교도인 랍비와 마주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예순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날 지나쳐 액슬이 주문한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라졌다. 코카인을 판에 올려놓았고, 액슬이 옆방에서 면도날과 빨대를 가져왔다. 라스와 난 나란히 앉아 있었고, 액슬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우리 모두 코카인을 즐겼다. 라스와 둘이 정말 많은 양의 코카인과,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라스는 너무 취해 똑바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새벽 3시가 되자 액슬이 “오늘 스튜디오에 가야겠다.”라고 말했다. 택시를 불러 라스를 겨우 태워서 호텔로 데려다줬다. 그리고 나도 택시를 타고 더프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매니지먼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액슬이 일정을 취소했어.” 심지어 모두 내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슬래쉬가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대체 거기 가서 뭘 한 거야? 액슬이랑 코카인을 했다고?”
“진정해, 슬래쉬. 액슬은 딱 한 번, 진짜 조금밖에 안 했어.”
“그래, 걔 말로는 자기 목이 나가서 일주일 치 일정을 취소해야겠대.”
“미쳤네. 진짜 한 번밖에 안 했어. 라스한테 확인해 봐.”
“라스도 있었어?” 슬래쉬는 라스를 탐탁지 않아 했다. 라스를 믿지 못했다. 슬래쉬는 목소리 톤을 바꿔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 무슨 말을 했어?”
“몰라. 말을 한 건 액슬뿐이었어. 나랑 라스는 ‘맞아 ’랑 ‘와’밖에 안 했어.”
“스튜디오로 와서 나 좀 봐. 녹음 좀 들어가야겠어.”
 

29: Rock in Rio

1991년 락인리오 공연은 밴드에 들어온 이후 첫 번째로 한 공연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국제공항에 착륙했을 때 꽤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삼천 명 정도 되는 팬들이 우릴 보러 공항에 나온 것이었다. 우린 경찰과 군인의 도움을 받아 VIP 출구로 나갔다. 정말 미친 것 같았다. 사람들은 계속 소리를 질렀고, 공기는 무겁고 눅눅했다. 이지와 같은 밴에 올라탔다. 창문에 달려있던 커튼을 열자, 아이들이 차 쪽으로 몸을 던지고,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즈앤로지스!”를 외치며 쫓아왔다. 이지가 날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밴드에 들어온 걸 환영해.”
“젠장, 비틀즈가 된 것 같네.”
이지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코파카바나 해변 쪽에 있는 인터내셔널 호텔에 도착했는데, 천명 조금 더 되는 애들이 호텔 바깥에 있었다. 그중 몇몇은 날 알아보고 내 이름을 연호했다. 이게 1월 17일에 있었던 일이었고, 우리의 첫 공연은 1월 20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하루 쉬고, 그 다음날 사운드체크, 그리고 공연이었던 거다. 14만 5천 명이 들어올 수 있는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전 좌석 매진이었다.

사흘간 한숨도 못 자고, 공연 날이 밝았다. 아침에 액슬의 매니저인 얼 가비돈이 전화로 “액슬이 오늘 공연에서 드럼 솔로를 해달라고 하네요. 그 사이에 본인이 조금 쉴 수 있도록 말이죠.”라고 전했다.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드럼 솔로라… 언제쯤 하면 되는 거죠?”
“액슬이 알려줄 거예요. 따로 준비된 세트리스트가 없습니다.”
열도 나고, 코카인 복용에 수면 부족까지 더해져서 얼의 말을 제대로 이해도 못 할 정도였다. 그래도 겨우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하도록 하죠.”
스타디움에 도착할 때까지도 액슬이랑 한 번도 리허설 해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 시간 뒤 무대에 올라가서야 처음으로 액슬의 라이브를 들었다. 관객 중 그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신곡 ‘Pretty Tied Up’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우리가 헤드라이너였고, 아마 새벽 한 시쯤이었을 거다. 인트로 연주를 시작하면서 관객들을 바라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뛰기 시작하자 그 진동으로 무대까지 흔들렸다. 액슬이 흰색 재킷과 반다나를 두르고 나왔다. 그의 형형한 눈빛을 보며, 우리 모두 최고조에 이르러있음을 깨달았다. 공연이 한창일 때, 액슬이 밴드의 새 얼굴이라고 날 소개했다. 액슬이 날 가리켰고, 나는 거의 이십 분 동안 미친 듯이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솔로를 한다면, 최대한 공격적인 느낌을 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액슬이 무대 한쪽에서 날 지켜보는 게 느껴질 때까지 올인했다. 연주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이스 드럼은 계속 밟았다. 그리고 관객들을 향해 드럼 비트에 맞춰 손뼉을 쳐 보였다. 내 앞의 145,000명의 사람을 바라보니, 모두가 일제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때 찍힌 내 모습을 보면 알코올 때문에 엄청나게 부어 보인다. 살이 찐 게 아니라 그냥 부어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내게 지금이 훨씬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한다. 노르웨이 피가 흐르기 때문에 알코올은 어느 정도 해독해 내지만, 얼굴에 나타나는 건 숨길 수가 없다.
 
다음 공연까지 며칠간 휴식이 주어졌다. 마우라와 이지, 그리고 그 당시 이지의 여자 친구였던 빅토리아와 놀러 나갔다. 마우라와 빅토리아가 빠르게 친해졌고, 다 같이 수영복 쇼핑을 하러 가길 바랐다. 그래서 몇 명의 경호원과 함께 쇼핑몰로 향했다.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왜냐면 이지와 내가 가게 앞에서 쇼핑하는 걸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밖을 내다보니 수백 명의 애들이 모여있었다. 개중 몇은 서로를 밟아가며 올라서기도 하고 있었다. “젠장! 우릴 발견했어!” 그다음, 쇼핑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고, 우린 사다리를 타서 옥상으로 탈출해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계단을 타고 내려가 직원용 출구로 겨우 나갈 수 있었다.
 

30: The Warm-Up Shows

1991년 3월쯤, 노스할리우드에 있는 메이트 스튜디오에 모였다. 도착했을 때, 액슬은 이미 와서 매니저인 더그 골드스타인과 투어 매니저 존 리즈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액슬이 우릴 보고 물었다. 그는 앞으로 있을 투어를 위해 무대 모형을 가져온 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존이 커피 테이블에 무언갈 내려놓았다. 액슬, 더그, 존을 제외한 모두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것 봐." 액슬이 말했다. "사고 난 전투기 같지. 날개 부분은 경사로로 만들 거야."
정말로 무대가 거대한 비행기의 잔해 같아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자, 무척 놀라웠다. 특히 드럼이 있는 곳이 비행기의 머리 같았다는 점이. 슬래쉬와 더프는 별로 내키지 않아 했지만, 액슬은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앰프 아래에 각자 대기실이 하나씩 주어질 거야. 거기서 쉴 수 있도록 말이야."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내 대기실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상상했다. 바닥에는 페르시안 카펫을 깔고, 바와 의자,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액슬이 내 상상의 나래를 끊어주었다.
"좋아, 그럼 비행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리 모두 액슬이 아직 무대 설치에 대해 얘기하는 줄 알았다. 액슬은 공연을 위해 타고 다닐 진짜 비행기를 말한 것이었다. 존이 터보프롭 비행기 사진 몇 장을 꺼내 놓았다.
"장난치지 마." 일제히 똑같은 말을 했다.
존이 G4 제트기 사진을 보여줬다. 액슬이 이렇게 말했다. "머틀리 크루가 이 중 하나를 타고 다니지?"
"응, 맞아." 존이 대답했다.
"음..." 액슬이 말했다. "나는 더 큰 걸 원해."
존이 파일을 열어 다른 사진을 꺼내기 전 한숨 쉬는 걸 목격했다. "이게 727 MGM Grand야." 그리고 그 비행기에 4개의 개인 객실, 라운지, 승무원 5명, 그리고 제일 중요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앞쪽에는 모두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가운데에 라운지 공간이 있었다. 객실은 뒤쪽에 있었는데, 각 방에는 2개의 소파와 TV가 갖춰져 있었다. 이지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에 겨워 있었다. "나는 비행기의 그 어느 곳도 필요하지 않아. 그러니 돈을 내지 않을 거야. 버스를 사서 내 여자 친구랑 개를 태우고 다닐래." 그게 끝이었다.
 
건즈앤로지스의 공연 시간은 항상 긴 편이었고, 그날 세트리스트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리허설 때 옛날 곡과 신곡, 많은 곡을 연주했다. 그렇게 우린 모든 곡을 익혔고, 세상에서 가장 긴 월드 투어를 나갈 준비를 마쳤다.
처음으로 한 세 번의 공연은 예고 없이 한 공연으로, 샌 프란시스코의 워필드, 할리우드 판타지스, 그리고 뉴욕에 있는 리츠에서 열렸다. 이 세 공연을 묶어서 “몸풀기 공연(Warm-Up)”이라고 했고, 본격적인 투어를 위한 일종의 최종 리허설 같은 역할이었다. 1991년 5월 9일, 액슬이 워필드 공연에서 “이건 리허설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연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굶주린 사운드가 났던 거로 기억한다. 그날 밤늦게 호텔로 돌아왔을 때, 드디어 정상궤도에 올랐구나라는 생각에 무척 행복했다.